N O W H E R E

서문《N O W H E R E》대구예술발전소2025. 7. 4.

예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와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어떤 작품은 사회를 향해 강하게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개인의 감정과 기억을 더듬으며 작은 균열에 집중하기도 합니다. 작품은 삶의 구체적인 장면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추상적 사유에서 비롯되기도 하며 그 표현이 때로는 선명하고 때로는 모호하여 직접적이거나 우회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다름에도 불구하고 비일상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의 세계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은 많은 예술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예술은 대상을 낯설게 하거나 인식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감각을 느리게 하는 등의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우리에게 대상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비일상성이 도리어 예술을 사회의 중심이 아닌 비껴난 자리에 위치시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예술이 일상과는 다른 위치에서 작동할 때 우리는 예술이 멀게만 느껴지거나 나와는 상관(의미) 없는 매체로 인식하게 됩니다.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손에 잡히지 않을 것처럼 멀게만 느껴지기도 하는 예술은 바로 그 '어디에도 없음(nowhere)'의 상태에서 우리의 일상에 시나브로 자리합니다. 그렇게 예술은 당장에 결과를 요구받거나 해결해야 하는 과제 바깥에서 우리의 세계를 주류의 언어로는 포착되지 않는 감정이나 감각들, 지나친 관계, 잊힌 서사들을 다시 볼 수 있도록 합니다.

레지던시 연합 교류전, 《N O W H E R E》는 전국 각지에 위치한 레지던시들의 '교류전'의 형식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지역과 환경에서 작업해 온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지점은 새로운 관계와 서사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가 됩니다. 레지던시는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낯선 장소에 머무르며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작업을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때문에 전시는 그 시간 속에서 생성된 경험을 한 공간 안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충돌하게 되는지를 탐색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 《N O W H E R E》가 어떤 단일한 주제를 설명하거나 명확한 해석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이곳(now here)'에서 어떤 감정과 관계, 삶의 경험과 감각이 드러날 수 있을지를 질문합니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계와 마주해 왔고 각자의 속도로 이를 응시하고 표현해 왔습니다. 전시는 이렇게 서로 다른 시선들이 한 공간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웃하고 새로운 문장을 구성할 수 있을지를 실험합니다. 전시는 모두 아홉 개의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섹션은 작가들을 특정한 주제로 범주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주제와 메시지가 어떤 맥락 속에서 맞물릴 수 있을지를 탐색하기 위한 구조입니다. 어떤 작품은 다른 전시에서 전혀 다른 주제 아래에서 해석될 수 있을 만큼 이 구분은 유동적이고 열려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 전시의 섹션 구성은 작품 간의 관계를 조직하는 장치이며 작품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교차되어 생성되는 서사의 흐름을 상상하기 위한 장치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전시는 이 섹션 간의 흐름을 따라 단방향(one-way)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전시의 구조 속에서 각 작품을 단독적으로도 감상할 수 있지만 동선에 따라 마주하게 되는 작품 간에 교차되는 질문들을 겹쳐 사유할 수도 있습니다. 작품 간의 서사는 관객과 만나 겹쳐지기도 비껴가기도 하며 하나의 정해진 해석을 넘어 여러 방향으로 확장되는 해석의 가능성을 형성하게 됩니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은 옥상 정원입니다. 그곳에는 더 이상 작품은 없지만 도시의 풍경과 수많은 창문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바람과 대구의 뜨거운 온도 그리고 푸른 정원이 새로운 사유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앞선 섹션들에서 펼쳐졌던 작품들의 관계적 서사는 이곳에서 도시의 수많은 창과 시선 속에 포개지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시선은 감시와 환대 사이를 오가며 존재를 응시하고 구성하는 방식 그리고 관객의 위치를 다시금 질문합니다. 비일상적 공간인 전시장에서 서사를 드러내던 작품은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찾을 수 없게 되지만 전시를 통해 생성된 사유들은 바로 여기, 일상에서 다시 시작됩니다.